홍로그

극주관주의 포스팅

오펜하이머 감상기 (부제. 오펜하이머가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면 그것이야말로 감독의 의도)

그 유명하신 놀란감독께서 이번에 내놓으신 오펜하이머를 보고왔다.

개봉 전부터 일본의 2차세계대전 피해자화 세탁물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 많았는데 그런 내용은 딱히 없더라 (그나저나 미국이 죽인 일본인의 수가 일본이 죽인 한국인의 수의 곱절은 될텐데 쟤넨 잘만 지내는데 우린 왜..?)

여튼 재밌게 봤고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널려있는 오펜하이머의 리뷰들 중에 “오펜하이머가 뭔 스토리인지 잘 알아먹질 못하겠다.”, “지루하다.” 라는 의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오펜하이머가 멘헤튼 프로젝트에 일임하기 이전의 모습부터 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이 오펜하이머의 고뇌를 표현하면서 웅장한 CG와 장엄한 분위기 이런건 살리는듯 보이면서도 좀 붕~ 떠있는 느낌을 주는감이 상당히있다.

그래서 아마 별 생각없이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기서 부터 ‘뭐 어쨌단겨?’ 하면서 하품을 하기 시작할텐데

개인적인 생각에선 장대하면서도 붕 떠있는 느낌을 감독이 양자역학이란 이 우주를 설명하는 장대한 법칙이면서도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붕 떨어져있는 심지어 그걸 연구하는 사람들 조차도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양자역학에 대해 고민하는 오펜하이머의 모습과 심정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다.

그리고 멘헤튼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오펜하이머가 받는 정치적 공격에 대한 장면들도 좀 뒤죽박죽으로 나열이 되어있긴 하지만 이게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는 흑백과 컬러를 오가면서 진행되는데 흑백의 장면에선 스트로스의 기억, 컬러에선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들이다.

흑백의 이야기들과 컬러의 이야기들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감정에 대해 표현한 장면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그대로 잘 표현한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모순적이다. 만을 표현하고자 한게 아니라 모순적이면서도 성립이되는 마치 양자역학 그자체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는 인물에 대한 감상을 전달하고자 한 영화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빛이 입자임과 동시에 파동이 될 수 있음을 논하려면 모순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논할 수 있듯이 오펜하이머는 핵폭탄을 만듦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겠지만서도 종전을 위해 핵폭탄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그 당시의 모순적인 현실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였다. 는게 핵심 내용인것 같다는 생각이고

그런 모순적인 그의 모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두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던 모습, 미국을 사랑하면서 공산주의자들과도 친분을 유지하며 지내던 모습 등도 가져와서 이야기에 집어넣은듯 보였다.

결국 그렇게 모순을 받아들인 대가로서 초창기 미국에서 처음으로 양자역학에 대해 연구할때 모순적인 현실인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의 무시를 받을 때 처럼 종전 이후 정치적 혼란기에 그의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을 만들어야만 했던 모순적인 현실속에 자신의 도덕성을 희생한 그의 행보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모순적인 사람’이란 낙인을 받으며 비난을 받는 그의 모습을 포커싱해서 감독은 영화로 표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놀란 감독은 테넷에서 반물질의 개념과 시간의 역전이란 sf설정에서 서로 공유될 수 있는 설정들을 이어서 새로운 sf설정을 만들어 영화의 주 개념으로 표현했었고 이번에도 양자역학의 모순과 오펜하이머의 선택적 모순의 공통점을 이어 영화의 주제로 사용하면서 또 이 느낌을 전달을 잘 하는걸 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붕~ 떠있고 뭔말을 하고자 하는건지 알랑까 몰랑까한 느낌으로 찝찝하게 감상한것이 바로 양자역학!?!!?)

진짜 기발한 예술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단지 판타지 도파민뽕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큐를 다큐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평이 좀 안좋은것같은..